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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이용후기 온라인홀덤
이   름 이필창
Date. 2023-11-06 07:21:46   /   Hit. 14

엘다리온 제국 중앙궁.

주인 없는 그곳의 복도를 떠도는 시녀들 속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핫! 그거 아세요? 폐하께서 지금 훈련소에 계시데요!”

“어머, 진짜요?”

“네, 지금 훈련소 한 군데를 폐하께서 통째로 쓰시고 계시데요. 운동하기 싫어서 아침마다 집무실로 가신들을 부르시더니. 신기하죠?”

“호호호, 그러네요. 무슨 바람이 부셨지? 황비님께서 근육 있는 남자가 좋다고 하셨을지도? 호호호! ……허헙! 화, 황태자 전하!”

그녀들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황태자는 무표정에 입꼬리만 올려 보였다.

그게 더 무서웠던 그녀들이 깜짝 놀라 얼른 고개를 숙이자,


“어서 일들 보지.”

“네, 네! 죄, 죄송합니다!”

빠르게 흩어지는 시녀들.

일찍이 아버지를 뵈러 온 황태자는 묻지 않아도 알게 된 훈련소를 찾아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그 훈련소 입구의 삼엄한 경계.


“황태자 전하.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폐하의 명입니다.”

“괜찮아. 내가 책임지지.”

‘이미 소문 다 났는데 뭘 그렇게 숨기려고 하는지.’

황태자는 오늘도 한심한 아버지를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훈련소에 발을 들이자, 저 멀리 한쪽 구석 그의 생각 그대로 온갖 호들갑을 떨며 양손에 바벨을 드는 한 사람.


“으랴아아앗! 찻차!”

그 의기양양한 소리에 대단히 큰 역기라도 드나 싶었지만, 역시 콩알만 한 추가 달린 바벨을 겨우 들어 올린 황제였다.


“폐하, 설마 운동회 나가시려고요?”

“으, 으아악!”

-깡까강!

그가 깜짝 놀라 바벨을 떨어트리는 소리가 빈 훈련소를 울렸다.


“황태자! 놀랬잖느냐! 이 제국 황제의 발등이 다치면 어쩌려고 몰래 다가와서는…….”

“그 목말 기마전 보시고 이러시는 거 아닙니까?”

“암. 그래, 샤를이 내 딸이니 내가 나가야지.”

나약한 모습으로 주섬주섬 다시 바벨을 들기 시작하는 황제의 모습.


‘저런 상태로 어떻게 그 쌩쌩하고 젊은 아버지들 사이에 끼겠다고. 어차피 대신들이 먼저 못 나가게 할 테지만.’

샤를이 늦둥이라 그런 것도 있었지만, 해가 갈수록 그의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에 아이렌의 근심이 더해졌다.

그것은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젊어 덜하지만, 나이와 비교해서 되려 아버지보다 더 못한 쪽은 자신이었다.

대체 왜 황족들만 이리 약한 것일까.


“아버님, 무리하지 마세요.”

“무리는 무슨, 그 새처럼 가벼운 아이를 짊어지는 정도인데 뭐. 이 정도야……. 근데 기왕 왔으니, 좀 도와주거라.”

그가 평평한 벤치 위에 누워, 고정대 위에 있는 쇠막대를 야심 차게 들어 올리며 말했다.


“으으읏. 차. 후욱. 근데, 너도 슬슬 혼인해야 할 텐데. 나야 끝까지 버티다 늘그막에 아이를 얻었지만.”

“네. 물론이죠.”

아이렌 황태자는 아버지가 공중에 든 쇠막대를 박자에 맞춰 받히며 대답했다.


“흐읏차! 그래, 그럼 세 번 만남으로 미련이 풀린다는 말이군.”

“……예? 대체 그게 무슨 소리 십니까.”

뭔가 수틀려 보이는 황태자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위압감을 내뿜자, 황제는 눈치 보며 말했다.


“아, 아니. 그 동맹 조약서. 거기에 적힌 세 번의 만남이 끝나면 포기하는 거 아닌가? 왕국의 왕이 된 이상, 황태자랑 혼인할 리가 없잖느냐.”

“…….”

그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황태자는 뻗은 쇠막대에 받힌 손을 빼버렸다.


“어? 어! 어어어? 빠, 빨리 들지 못하느냐!?”

“누가 포기한다고요? 폐하?”

“여봐라! 여기 이 황제를 해하려는 자가 있다!”

아버지의 괴로워하는 모습에 다시 황태자가 놀리듯 역기를 받혀 고정대에 내려주며 말했다.


“폐하, 저는 포기 안 합니다. 이 제국에 폐하의 피를 이은 사람이 한 명 더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싫어하시는 운동까지 하며 챙기는 아이 말입니다.”

“뭐? 저, 뚫린 입이라고! 감히 황태자가 그게 할 말이더냐!”

아이렌 황태자는 속없는 웃음을 지으며, 뭉친 팔을 두드리는 황제를 두고 급히 훈련소를 빠져나가 버렸다.


 

*

아르키스 왕국, 훈련소.

새도 울지 않는 이른 새벽부터 그곳에 많은 기사가 훈련을 위해 나와 있었다.

하지만 철저히 두 무리로 갈라진 그들.

흑기사단 단원들과 아르키스의 정예 기사단원.

둘은 같은 장소에서 완전히 다른 방향의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일어난 신경전.

한정된 공간에 조금만 부딪히면 금방이라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서로를 적대하는 것이었다.

기사의 싸움이라고 하기에는 볼품없는 텃세였다.

그에 베를이 결국 참지 못하고 그들의 단장에게 갔다.


“그레이 단장님. 분명 훈련을 함께하라 지시가 내려왔습니다만, 어째서 함께 하시지 않습니까?”

“베를 부단장님, 무슨 의도로 그러지는 압니다. 그러니 그만 좀 하십시오.”

아르키스 정예 기사단장, 그레이 허번트.

지금은 어쩐지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지만, 그는 옅은 금발에 정중한 몸짓, 절제된 어투가 배어 있는 기사 중의 기사였다.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는 제국의 기사단과 함께하는 훈련을 기대했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들과 함께하는 훈련은 위에서 쓴 물이 올라올 정도로 기초 체력만 쓰다 끝내는 훈련.

보란 듯이 체력 자랑만 하는 그것을 며칠 경험해보고 그는 깨달았다.


‘일부러 나가떨어지게 하려는 방법을 쓸 줄이야.’

굉장히 꼬인 생각.

물론 겉으로 보기엔 군더더기 없는 그가 이렇게 꼬인 이유는 있었다.

공작 일가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명예와 지위가 땅에 떨어진 아르키스 정예 기사단.

무슨 일을 하든 욕먹기 일쑤였던 그들은, 말단들이나 하는 기초 체력 단련을 위주로 훈련한다는 그 훈련법을 믿을 수가 없던 것이다.

그 의심스러운 눈빛에 베를이 한숨을 쉬며 다시 한번 설명했다.


“의도라니요?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희 단원들은 한때 음지의 길드원이었던 자들로 싸움에는 능하지만, 기초 체력이 모자라 그런 훈련을…….”

“그만하십시오. 어떻게 제국의 기사단이 그런 길드원이라는 걸 믿겠습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십시오!”

“…….”

베를은 또다시 시작되는 그레이 단장과의 실랑이에 말을 잃었다.

확실히 제국의 기사단이 길거리 출신이라는 것은 믿기 어려운 사실이긴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 모습을 쭉 지켜보던 길리가 달려왔다.


“아 됐어! 부대장! 저 열등감 덩어리들 내버려 두고 훈련이나 하자고!”

“네? 그쪽 단원이 지금 뭐라고 한 겁니까?”

일촉즉발의 상황.

두 무리의 신경전이 극에 달해, 곧 패싸움이 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 사나운 정적 속에 갑자기,

-끼익.

예민한 그들의 핏발선 눈들이 문 쪽을 주시하니, 그곳엔 낑낑대며 문을 열고 등장한 누군가 있었다.

베를이 그 익숙한 실루엣의 콩알만 한 그림자를 살피자,


“……니아 저하?”

열린 문 사이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수줍게 입을 앙다문 아이.

베를이 부르자, 평소 원피스가 아닌 앙증맞은 호박 바지를 입고 작은 걸음을 쫄랑쫄랑 옮기고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발걸음을 옮겨 두 기류 사이에 선 아이.

아이는 바지가 어색한지, 동그란 눈을 뜨고는 쑥스러운 뒷짐을 지며 눈치 보듯 올려다보고 있었다.


“저하가 어째서 이곳에 오신 겁니까? 여긴 훈련장인데……. 길을 잘못 드신 겁니까?”

“우우웅. 안니. 니아도 훈련햬여!”

알 수 없는 아이의 대답.

그리고 곧 그 의문을 해결해줄 아이의 엄마가 등장했다.


“아직도 정리되지 않았나.”

“아르키스의 기사, 주군께 인사 올립니다!”

이곳의 모든 이의 힘 있는 목소리와 한쪽 무릎을 찧는 소리.

그녀는 그들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걸어 단상에 앉았다.

그리고 그렇게 앉자마자, 누군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르키스 정예 기사단장, 그레이 허번트입니다. 국왕 전하, 서로가 추구하는 훈련 방법이 다르니 이 훈련소를 시간에 따라 나눠 쓰면 어떨까 합니다.”

그의 의견에 흑기사 단원들의 눈이 커졌다.


‘저걸 말로 뱉어? 넌 죽었다. 이제.’

단원들은 루시아를 경험해보지 못한 그가 함부로 지껄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이 분위기를 그레이 단장도 예상했었다.

그는 겁쟁이처럼 제 발로 떠날 바에, 차라리 끝까지 반항하여 내쳐지길 원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까지 했으니 쫓아내 주겠지.’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예상과 달랐다.


“그렇게 하지. 그레이 허번트 기사단장. 하지만 오늘만 특별히 왕세녀를 위해 함께 해줬으면 해.”

“예. ……예?”

되려 그 침착한 수긍에 그레이 기사단장이 잘못 들었나 귀를 기울일 정도였다.

하지만 덤덤한 그녀의 신호탄.


“그럼 훈련을 시작하지.”

“……!”

이상했다.